운기의 블로그
[ 2022년 년간 회고록 ] 극한, 도주, 행복 본문
처음 써보는 회고록에 어떤 제목을 선정할지 너무나도 어려웠고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내 감정을 다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판단하고 3가지 키워드로 제목을 정했다.
친한 주변 지인이라면 충분히 공감(?)해 줄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닌가 싶다.
놀랍게도 하나의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거라는걸 말하면서
2022년 회고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1부 극한
도저히 이 단어 보다 좋은 표현은 없는거 같다.
나를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인정해 준 첫 회사여서 힘들긴 했지만, 너무나도 고마웠던 곳이였다.
입사한지 한 달 만에 내 사수는 사업을 하겠다고 떠나갔고,
이제 막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시작한 나에게 회사 코드를 보는 건 쉬운일은 결코 아니였다.
하지만 나에게 더 무서웠던 건,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였다.
주간회의를 통해 선정된 개발 사항들에 대해 검토하고 알려달라는 말은 "스스로에게도 아직 자신이 없던 나" 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손발이 덜덜 떨리고 항상 긴장해 손발에 땀은 마르는 날이 없었다.
일 못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해야 회사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 내가 잘해져야 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다면 스프린트 기간내에 할당된 업무에 대해서 모르는건 공부하고 밤을 새서라도 끝내야 겠다 라고 마음 먹었다.
거짓말 안하고 최고로 많이 일한 달은 250시간 가까이 찍었다.
하지만 스프린트 기간내에 할당된 일( 크고 작은 이슈 20개 ~ 25개)을 다 끝낸적은 없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올해 2월 연봉 협상을 시작했다.
내가 부른 연봉에 돌아오는 대답은
" 그 정도 받을 자격이 없다 "
이 때 만큼 가장 비참하고 좌절감을 느낀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개발을 계속하는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과, 계속 한다면 이곳에서 다시 나의 능력을 인정 받을때 까지 있어야 하는가?
매 순간 순간이 힘들던 중 회사의 재정 상태 악화로 권고 사직 처리로 그만두게 되었다.
2부 도주
실업급여는 총 6개월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1년 동안 평일에는 2~3시간 씩 자면서 일 했던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누적되어 있었고, 퇴사한 다음날 부터 무지성 무의식 꿈 속에 빠져들었다. 아무런 의욕도 없었고 쉬고 싶다는 마음 뿐이였다.
정말 2달간 게임에 빠져 잠과 게임만 하면서 보냈다.
놀기도 지칠 무렵 오손도손이라는 선물 펀딩 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역시 1달간 기획과 디자인 1달간의 개발 속에 진행되는듯 했으나, 같이 하는 동료들의 취업과 팀장인 나 마저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컷던 탓일까 잠정 중단하게 된다..
이제 남은건 2달 정도의 실업급여 뿐 이제부터는 취업활동을 한달에 2군데 이상해야 되는 상황이였다.
그러던 중 한 군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판교에서 일한다는 말에 솔깃해 출근 날짜까지 확정했다.
좋코딩이 내 이야기?.......
첫날 출근한 날!!
우선 회사앞 카페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게 뭐람... 연봉도 면접때와 다른 금액... 속으로 그래 이 정도면 이 정도면..
빨리 경력 쌓고 이직하자 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근데 또 이건 뭐람??
도착한 회사는 내가 파견나온 상태라니....
여태까지 공부했던 방향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점심 먹으면서 결정했고, 출근 2시간 반만에 대표에게 전화해서 계약 자체와 너무 다르다, 내가 공부한 방향과는 너무 달라서 퇴보할거 같다, 죄송하지만 여기까지만 해야될거 같다라고 강단있게 말씀 드리고 계약을 마무리했다.
아직도 생각하면 너무 황당하고 웃긴 일이다.
그리고 다시 느낀건 좋코딩.. 절대 웃길라고 만든 웹드라마가 아니라는거다.
3부 행복
도주하고 결국 실업급여를 6개월치 다 받고 난 후에 같이 공부하던 친한 동료의 제안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여태까지 겪어왔던거에 비하면 너무 행복하다.
개발과 휴식의 비율을 잘 조절하면서 중단했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책도 읽으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외에 개발팀 인원들과, 같은날 입사한 동기분도 다들 착하고 일도 잘해서 배울 점도 많고 무엇보다 밝은 분들이라 함께하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4부 느낀점
1년동안의 과정이 나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던 사건들은 아니였던거 같다.
처음 다녔던 회사에서는 너무나도 몸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결국 돌아보니 당시 cto님에게 정말 많은걸 배웠던거 같다. 예를 들면, 이슈를 나누고 관리하는 방법, 하나의 이슈에 대해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가 될지에 대한 측정 방법과 같이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주 후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게 못하는건 아니라는걸 느끼게 되었고, 현재 머무르는게 아니라 좀 더 박차를 가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뒤쳐지지 않도록해야겠다.